캘리포니아의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알츠하이머 증상으로 인한 여성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 질병에 대한 공공 인식을 높이고 조기 진단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알츠하이머 진단자 3분의 2가 여성이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사회적 고립, 오진, 그리고 낙인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 환자를 돌보미 60%가 여성이며, 보수도 받지 못한채 비공식 간병 책임자가 되어 개인적, 직업적,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에스닉미디어서비스(Ethnic Media Services, EMS)는 브리핑에서 전문가와 간병인들을 초대해, 왜 알츠하이머가 여성에게 타격을 가하는지, 병의 부담을 덜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간병인들이 환자들을 어떻게 돕고 있는지를 논의했다.
알츠하이머 대처에 나선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2019년 알츠하이머 및 치매 유발 질병의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혁신적인 태스크포스를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태스크포스는 캘리포니아가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고 준비하는 권고안을 제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태스크포스의 일원이며 카이저 퍼머넌테 산 라파엘, 페탈루마 지점의 노인의학 책임자인 윈넬레나 C. 카니오 박사는 “뉴섬 주지사가 중대한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 기준으로 약 66만 명의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었다. 2040년까지 이 숫자는 거의 15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동안 캘리포니아주 전체 인구는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동안 알츠하이머 환자 수는 보고되지 않은 사례를 제외하고도 12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니오 박사는 “지금 이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태스크포스는 최종 보고서를 통해 캘리포니아주의 노화 마스터 플랜을 위한 10개 권고사항을 제시했으며, 그 중 하나가 다언어, 다문화, 세대 간 알츠하이머 교육 캠페인의 창설”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교육은 특히 여성에게 큰 도움이 된다. 45세 여성의 경우 평생 동안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은 5명 중 1명인 반면, 남성은 10명 중 1명이다.
캘리포니아 주민 중 65세 이상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6명 중 1명이며, 어떤 형태의 치매에라도 걸릴 확률은 5명 중 1명이다.
카니오 박사는 “이 숫자들은 실제 사람들을 의미한다”며 “제 할머니도 치매 진단을 받았다. 할머니가 요리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샤워하는 능력을 잃어가면서, 우리 가족은 번갈아 가며 할머니를 돌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제가 할머니를 목욕시키는데, 할머니가 울면서 ‘왜 네가 나를 도와주니? 내가 너를 씻겨줬는데’라고 말하셨다. 저는 ‘맞아요, 할머니가 저를 씻기셨어요. 이제 제 차례예요,’라고 대답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치매로 고통받는 수천 명의 캘리포니아 주민들과 함께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이들 돕기로 나섰다”고 말했다.
위기에 빠진 여성들
미렐라 디아즈-산토스 UCLA 신경과 조교수는 “여성들이 알츠하이머에 더 취약한 이유는 유전, 생물학,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고 밝혔다. 디아즈-산토스 교수는 UCLA 라틴 건강 노화 연구소의 형평성 담당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장수하는데 기여하는 유전자들이 알츠하이머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한,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여성의 뇌에 더 많이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디아즈-산토스 교수는 “염증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일상에서 우리가 겪는 모든 만성 스트레스 요소들 — 환경적 스트레스, 직장 스트레스, 성 역할과 여성의 가족 내 역할 등이 바로 그것”이라며 “만성적인 차별 스트레스 역시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성이 공동체마다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흑인은 백인보다 알츠하이머 등 치매를 앓을 확률이 두 배 높으며, 히스패닉계는 1.5배 높다.
디아즈-산토스 교수는 “여성이 왜 더 높은 위험에 처하는 지 해답을 찾으려면, 치매 진단으로 인해 미치광이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침묵하는 공동체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며 “여러분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순간 우리 모두가 각자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강조했다.
간병인으로서의 여성
알츠하이머병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이를 정신질환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셀프헬프 포 더 엘더리(Self-Help for the Elderly)의 대표 겸 CEO인 애니 청(Anni Chung)은 밝혔다. “사실 알츠하이머는 중국어로 ‘미쳤다’고 번역될 수 있다. 그래서 치매 환자를 돌보미는 이를 숨기려고 한다. 결국 병을 치료할 방법이나 찾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여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그는 말했다.
알츠하이머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병인들이 질병에 대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는 “우리는 주간 및 일일 케어 프로그램과 함께, 전문 및 가족 간병인들에게 알츠하이머 증상과 단계를 식별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에 따라 말이나 기억 상실로 인한 좌절감과 수치를 피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대부분 딸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을 전적으로 돌봐야 한다며, 외부 도움을 받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결국 소진된다고 청은 덧붙였다.
미국 전체 치매 간병인의 3분의 1 이상은 딸들이 맞고 있다. 여성 알츠하이머 간병인의 19%가 간병 책임 때문에 일자리를 그만두었다.
“우리는 간병인들을 위한 격주 지원 그룹을 운영해, 훈련뿐만 아니라 도움, 상담, 지역 자원 제공 또는 점심 외출 등을 제공한다. 이를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큰 걱정은 젊은 전문 간병인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병인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야 한다. 간병인들은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지만, 이에 상응하는 보상은 받지 못한다”고 그는 말했다.
DNA에 내재된 간병 본능
메리애니 이카니베레가 설립한 프레스티지 케어는 마린과 소노마 카운티에서 100명 이상의 피지 출신 간병인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이카니베레는 “간병인들은 자기 일을 즐기지만, 여전히 부담도 많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가 진행됨에 따라 변화하는 능력 수준과 행동 패턴을 인식하도록 도와줘야, 환자의 매일 변동 사항을 알아차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간병인 본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카니베레는 “오랜 기간 간병을 해온 사람들도 인지 저하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태평양 섬 주민들이 백인 미국인보다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두 배 더 높다”고 설명했다.
프레스티지 케어의 간병인 약 65%는 알츠하이머 환자를 돌보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지난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이카니베레는 말했다. “많은 피지 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돌보는 데 익숙하며, 간병이 그들의 DNA에 내재되어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도 잘 짜여진 피지인 커뮤니티는 간병인들에게 간병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긴 시간으로 인한 스트레스, 번아웃, 좌절 및 우울증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그는 계속했다. 그는 “간병인들이 스포츠 이벤트에 참가하고, 휴식을 취하고, 친척들을 방문하고, 교회 그룹 및 점심 모임 등을 통해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2020년 캘리포니아주 65세 이상 인구 중 약 12%에 해당하는 72만 명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카니베레는 캘리포니아 주의 대응 방침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숫자는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따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돕는 간병인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