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ckwise from top left: Nina Perales, Vice President of Litigation, Mexican American Legal Defense & Education Fund; Debbie Chen, Attorney, OCA-Greater Houston; Roshawn Evans, Co-founder and Organizing Director, Pure Justice; Myrtala Tristan, Lakewood Resident, Casandra Martinez, Mi Familia Vota; Miguel Rivera, Redistricting Outreach Fellow, Texas Civil Rights Project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의 시민운동가들이 소수민족 및 저소득층의 공정한 투표를 위해 선거구 재획정 절차 참여에 나섰다.
제니 만리크
미탈라 트리스탄은 5년전 허리케인 하비가 들이닥쳤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트리스탄의 집은 침수돼 가구가 물 위에 둥둥 떠다녔으며, 동네에는 비가 강물처럼 들이쳤다.
트리스탄은 지난 6월 30일 선거구 재획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휴스턴 레이크우드에서 40년을 살아온 트리스탄은 “허리케인 상륙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고 대피해야 한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며 “당시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응급구조 전화인 311로 전화를 걸어도 아무도 안받았다. 그날 밤을 꼬박 샜다”고 말했다.
다음날 트리스탄은 운전면허증과 약간의 현금만 넣은 비닐봉지를 들고 집밖으로 나왔다. 집밖 침수된 거리에는 물위에 뜬 구조보트가 어린이, 노인을 우선적으로 구조하고 있었다.
트리스탄은 “그날 하루종일 더러운 물 속을 헤메야 했다. 물이나 음식 배급도 없었다”며 “우리만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며, 정부가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케인 후 3년이 지나도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해 계속 신청해야 했다. 그래도 받은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트리스탄은 결국 북동부 행동연합에 가입했다. 이 단체는 지역내 배수시설 부족 및 홍수대비 시설 부족 등 공공시설 미흡에 대응하기 만들어진 지역 활동가들의 모임이었다. 그는 “이번에야 말로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트리스탄은 카운티내 유색인종 및 저소득층을 결집해 선거구 재획정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거구 재획정이란 거주지역내 주민들이 선거로 정치인을 뽑는 경계선을 구분하는 과정이다.
멕시코계 미국인 법률변호연구펀드(MALDEF)의 니나 페랄레스 법률담당 부회장은 “선거구 재획정이란 특정 정치인을 선거로 뽑기 위한 선거구 경계선을 지도에 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구 재획정은 특정 그룹의 주도로 이뤄지는 매우 정치적인 행위”라며 “따라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선거구 재획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지역은 센서스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10년마다 다시 일정 선거구로 나눠진다. 이들 선거구에 따라 시의원, 공립학교 교육위원, 카운티 커미셔너, 주의원이 선출된다.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의 패서디나 시의 경우 백인 인구와 라티노 인구가 사실상 분리돼 있다. 북부에 거주하는 라티노 지역구는 백인들이 사는 남부에 비해 공공서비스 수준이 열악한 수준이다. 결국 라티노 지역구는 홍수나 자연재해 발생시 더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몇 년전 텍사스 하원의원들은 144 선거구를 획정하는데 있어 라티노 유권자들을 여러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식으로 선거구를 분할했다. 이에 MALDEF는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페랄레스 부회장은 “결국 백인 보수파 주 하원의원은 새로운 선거구에서 패배했으며, 그 자리는 라티노 여성 하원의원이 차지했다”며 “선거구가 공정하게 획정될수록 우리의 정치적 파워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언어 번역의 미비함
텍사스 민권 프로젝트(TCPR)의 미구엘 리베라 선거구 재획정 홍보 연구원은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선거구 재획정 절차에 대해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리맨더링”과 “선거구 재획정”이라는 단어가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리베라 연구원은 “멕시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희 부모님에게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하려 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은 선거권을 획득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했다”며 “하지만 멕시코에서 태어난 부모님은 미국의 센서스 인구조사와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TCRP는 현재 히스패닉 이민자들을 위해 ‘재분배’ (redistribution)라는 용어를 도입해 선거구 재획정에 대한 홍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을에 콜럼비아 대학에 진학 예정인 카산드라 마르티네즈는 ‘선거구 재획정’이라는 단어를 비영리단체 ‘미 파밀리아 보타’에서 주최한 센서스 워크숍에서 처음 들었다.
마르티네즈는 “히스패닉 이민자들은 센서스와 선거구 재획정의 숨은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며 “하지만 소득 불평등이나 공립학교 문제, 지역내 부족한 시설건축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 가족들, 특히 부모님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며 “’투표해봤자 바뀌는 것도 별로 없다’는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투표를 하면 우리와 커뮤니티의 미래를 바꿀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회(OCA) 휴스턴 지부의 데보라 첸 변호사도 텍사스 지역의 아시아 태평양계 이민자들 사이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텍사스주의 아시안 인구는 라티노보다도 빨리 증가하고 있다. 첸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센서스 당시 OCA는 22만1000개 가구를 방문했다. 그는 “비시민권자나 등록선거인이 아니더라도 선거구 재획정에는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OCA는 선거구 재획정에 대해 “기회의 지도”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지역구 내 다수인종과 소수인종 분포에 따라 하수도, 전기, 도로포장, 상수도 등의 서비스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첸 변호사는 “휴스턴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은 연방예산 1만5700달러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각 지역에 얼마가 배분될 지는 선거구가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모든 선거구가 적절한 대표자를 통해 공평하고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흑인인구 역시 공화당 위주의 선거구 획정으로 인해 차별받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퓨어 저스티스’ 같은 비영리단체가 선거구 재획정 절차에 참여하고 있다.
이 단체의 로스완 에반스 창립자는 “정치인들은 자기가 최대한의 이득을 얻는 형태로 지도를 그리고 싶어한다”며 “정치 먹이사슬의 최상위권에는 공화당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면 우리에게 맞는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끼리 뭉쳐셔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