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November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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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거부하는 흑인 커뮤니티, 조부모가 열쇠다

    백신을 접종받은 흑인 노년층이 커뮤니티 백신 홍보를 이끄는 신뢰받는 메신저가 될 수 있다고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지난 9월 21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건강 프로젝트(African American Wellness Project) 위원장이자 소아과 의사인 마이클 레노어(Michael Lenoir)는 “흑인 커뮤니티에서 조부모의 권위가 높다”며 “특히 할머니는 흑인 커뮤니티를 하나로 뭉치게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스닉미디어서비스(EMS)와 캘리포니아 블랙미디어(California Black Media)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그는 “예를 들어서 조부모가 자식들에게 ‘백신을 접종받아라. 나도 받았다. 그러니까 백신을 접종받아라’라고 하면 더 이상 군소리가 없다. 아주 간단하다”고 말했다.

    레노아에 따르면 노년층 흑인은 젊은이들보다 백신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 반면 흑인 부모들은 백신의 부작용을 염려해 본인들과 자신들의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흑인의 백신 접종률은 48%로, 주 전체 평균 접종률 58%보다 떨어진다. 카이저 가족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흑인은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하고 있지만, 코로나 사망자는 7%를 기록하고 있다.

    LA 와츠 헬스케어 코퍼레이션(Watts Healthcare Corporation)의 최고 의학책임자인 올리버 브룩스 박사(Dr. Oliver Brooks)는 흑인들의 낮은 백신 접종률 원인으로 백신 접종소 부족, 근무로 인한 백신 접종 시간 부족,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등을 지적하며, 흑인 가운데 백신 거부자(anti- vaxxers)는 별로 없다고 그는 밝혔다.

    흑인들은 또한 의료보건 담당자들에게 나쁜 대우를 당한 적이 있어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브룩스 박사는 지적했다. 그는 “흑인들은 노예로 이 나라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의료당국에게 잘못된 대우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다수의 의대는 해부실습용 시신으로 흑인의 시신을 사용해왔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한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 여성에게 강제로 불임 시술을 하기도 했다. 또한 터스키기 실험(Tuskegee experiment), 일명 앨라배마의 미국 보건서비스부 실험(US Public Health Service experiment in Alabama) 사건은 악명높다. 이 사건은 미국 정부가 매독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파악하기 위해 흑인 남성들에게 40여년동안 매독 치료를 거부한 일이었다.

    현재 흑인들은 통증 치료나 심장병 치료를 덜 받는 편이다. 브룩스 박사는 “이 같은 상황은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현행 의료체계에 대한 흑인들의 불신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전 캘리포니아 주의원이자 블랙 보이스 뉴스(Black Voice News)의 공동창립자인 셰릴 브라운(Cheryl Brown)은 남편이자 캘리포니아주 샌베르나르디노AME교회의 스티븐 셰퍼드(Steven Shepard) 목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커뮤니티 내 믿을만한 메신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브라운 전 의원은 “남편은 처음엔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남편이 쉽게 피곤해지고, 눈을 뜨기 어려워하며 입맛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브라운의 남편은 곧바로 카운티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의사는 셰퍼드와 통화한 후, 남편에게 당장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5일 후 의사가 남편을 보더니, 이런 상태로 병원에 온 사람들은 걸어서 병원을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남편은 이제 백신이 흑인 사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남편은 완쾌됐으며, 본인의 지도력을 활용해 우리 커뮤니티에 백신 접종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셰퍼드는 “그야말로 죽음의 문턱에 갔다왔다”며 “원래 나는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았다. 의사들끼리의 논쟁도 있었고, 우리가 병원 및 응급실에 방문했을 때 받는 대접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흑인 교회는 커뮤니티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중심지였다고 셰퍼드는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퇴원한 후 우리 커뮤니티가 올바른 정보를 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성경은 올바른 지식 없는 사람은 망한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너무 집착한 나머지, 백신 개발 과정과 과학적 결과에 대해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반성했다.

    알바 브래넌(Alva Brannon)은 최근에야 백신을 접종받았다. 의료 보건체계에 대한 불신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브래넌의 아버지는 터스키기 실험의 일환으로 매독을 치료받지 못한 과거가 있다. 결국 브래넌 역시 자궁 내에서 매독에 걸렸고 어렸을 때 시력을 잃었다. 결국 어머니가 법원 명령을 받아온 후에야 브래넌은 각막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브래넌은 의사에게 백신 접종 권유를 받았을 때 단호하게 “싫다”고 말했다. 백신이 내 몸에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며칠 후 그녀는 교회에서 전화를 받았다. 교회에서 단1회만 접종받으면 되는 얀센 백신(Johnson and Johnson) 접종소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전화를 하느님의 부름이라고 생각하고 백신을 맞기로 했다”며, 자식과 친지들에게도 백신을 접종받으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크리스토퍼 행그로브-톰슨(Christopher Hargrove-Thompson)과 그의 룸메이트 니콜라스 벅월터(Nicholas Buckwalter)가 만든 랩 뮤잭비디오(video- rap)가 처음 선보였다. 이 뮤직비디오는 크리스토퍼가 CVS약국에 가서 백신을 맞는 과정을 그리면서, 백신이 안전하며 빨리 할머니를 보고 싶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그로브 톰슨은 “소셜미디어에 수많은 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이중에는 잘못된 정보도 많다”며 “잘못된 정보를 다 믿지는 않더라도, 젊은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백신에 잘 신경쓰지 않는다. 잘못된 정보를 믿게 되면 많은 사람들의 백신 접종을 늦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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