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6시간만에 철회한 후, 한국에서는 일주일 이상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계엄령 이후 수많은 한국인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임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 그를 탄핵할 계획을 밝힌 후,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퇴진을 거부하고 자신의 조치를 변명했다. 박한식 교수는 조지아 대학 국제관계학과 명예교수이다. 박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한국인들 스스로 이 나라의 민주적 제도를 재고할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박교수는 EMS의 이종원과 대화했다. (인터뷰는 분량 문제로 다소 편집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그건 계엄령 선포가 아니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에 의한 반란이었어요.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이 권력을 더 가지고 싶어서 일으킨 것과 똑같은 행동이죠. 예나 지금이나 성숙한 한국 민중들은 평화적으로 퇴진 시위를 벌였습니다. 저 역시 당시 대학생이었습니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하게 만든 것이 학생들로 대표된 민중들이었습니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으로 망명하고 거기서 죽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통령 직을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윤석열 정부는 여러가지 이유로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대통령 권한을 남용했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부정부패는 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수만, 수십만의 한국인들이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촛불시위에 나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고, 남은 2년 6개월도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방식의 정치 변혁은 세계사적으로도 드물다는 사실입니다. 대단히 특이한 정치변혁이라 할수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변혁이 어떤 점에서 특이합니까?
민주주의를 크게 나누자면 두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유럽식 민주주의와 미국식 민주주의입니다. 유럽식 민주주의는 권력 분립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반면 미국은 참여형 민주주의에 기초해 민주주의를 만들었습니다. 권력의 형성 과정에서 주민들이 참여하면 할수록, 그 권력은 합법화되는 것이죠. 권력의 크기에 상관없이 말이죠.
한국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무비판적으로 따라갔습니다.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집중시켰다는 한계점을 깨닫지 못하고 말이죠. 그러고 윤석열처럼 검사 경력만 있고, 정부운영이나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대통령에 선출되었습니다. 정해진 임기 동안 너무 많은 권력을 경험 부족의 개인에게 집중시킨 것이죠. 제한없이 한 개인에게 집중된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미국식 민주주의도 아니고 유럽식 민주주의도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뤄졌던 민주주의, 의식있는 민중들이 참여하는 민중민주주의가 한국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군사력이나 정치적 권력이 아니라, 의식을 가진 국민, 민중들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죠. 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정치 이념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의식있는 민중이라고 말씀했지만, 현재 한국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로 갈려서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태입니다.
보수나 진보와 같은 이념은 본래 유럽과 미국식 민주주의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유럽과 미국식 민주주의는 현재 내적 한계와 모순으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보수주의라고 하면 자본주의, 그리고 권력과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뜻하죠. 한국 역시 미국식 이념을 받아들였는데, 그 결과 심각한 수준의 불평등을 낳았습니다. 반면 한국에서 누군가가 북한에 대해 온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진보주의자로 간주됩니다. 또한 북한의 사회주의는 이상적인 평등을 뜻합니다. 반면 한국의 진보 민주주의는 자유를 강조하죠. 따라서 한국과 북한의 현재 이념은 서로 조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보주의는 평등을 추구하는데 부족하고, 사회주의는 자유를 제대로 추구하지 못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서로 다른 두가지 이념 – 자유주의와 평등주의 – 의 좋은 점을 결합한 새로운 이념을 창조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박한식 교수는 조지아 대학 국제관계학과 명예교수이다. 박교수는 지미 카터 대통령과 국무부의 자문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조지아 대학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