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시리아 난민 여성과 어린이들의 모습. 출처 Wikimedia
그리스 해변부터 미국 남부 국경지대, 터키부터 북아프리카, 그리고 미국 대륙 전체까지, 전쟁과 폭력, 가난, 배고픔을 피해 이동하는 난민들의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보금자리를 떠나는 난민들의 숫자가 기록적으로 늘고 있지만, 정부기관은 이러한 인도적 재난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난민정책연구 국제프로그램(Migration Policy Institute’s International Program)의 수잔 프라츠키(Susan Fratzke) 선임정책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되고 있다”며 “최근 10년간 난민의 숫자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차원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라츠키 연구원은 “이제 난민들은 바로 옆에 있는 나라 국경을 넘는데 그치지 않는다…이제 2개국, 3개국 국경을 넘는다”며 “난민들은 이제 말 그대로 전지구적 차원에서 옮겨다닌다”고 말했다.
예들 들어 유럽은 지난 1년 동안 1백만명의 망명신청자들을 받아들였다. 신청차들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부터 콜럼비아, 베네주엘라까지 다양했다. 여기에 1년전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대패한 우크라이나 난민 4백만명이 추가됐다.
터키는 현재 4백-6백만명의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터키가 지정학적으로 유럽으로 연결되는 주된 길목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7백만명에 달아는 베네주엘라인들이 대륙 전체로 흩어져 있으며, 상당수는 콜럼비아와 페루에 머물고 있다.
프라츠키 연구원은 지난주 패널 토론에서 기후변화와 국제 난민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더 많은 난민들이 자기 나라의 상황을 견디지 못해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들이 합법적으로 택할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적고 어렵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대다수 선진국들은 숙련직 기술자 및 핵가족 이민자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민자들의 근무조건 및 가족 여건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난민들은 밀입국업자나 조직범죄집단에게 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국의 정책은 이러한 상황을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 남부지역 국경에서 벌어지는 혼란이 있다. 또한 그리스에서는 지난주 정부기관이 난민들을 바다에 방치한 사례가 발견됐는데, 이는 국제 인권법 위반사항이다.
난민 사태를 부추기는 기후변화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는 앞으로 5년간은 엘니뇨 현상(El Niño)으로 인해 유례없이 가장 더운 기온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집중호우, 계속되는 위헌한 수준의 폭염, 그리고 심각한 수준의 가뭄과 화재가 예상된다.
세계기상기구 페터리 탈라스(Petteri Taalas) 사무총장은 “이러한 상황은 심각한 수준의 의료보건, 식량부족, 수자원 및 환경문제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리는 이같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기후망명자들(Climate Refugees)의 아말리 타워(Amali Tower) 창립자 겸 소장은 “기후변화가 전세계적인 인구이동을 불러일으킬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매년 2300만명의 인구가 기후 및 날씨 관련 사태로 인해 이동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기 나라 안에서만 대피하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전세계 난민들의 80-90%는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출신들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난민들은 아직 국제법상 합법적인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1951 난민협약(1951 Refugee Convention)에 따르면, 망명을 신청할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인종, 종교, 특정 단체 소속(예를 들어 성적 지향), 또는 정치적 신념에 따라 처벌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 뿐이다.
국경지대 망명 신청자들은 망명 신청시에 망명 이유로 기후변화를 적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타워 소장은 비영리단체를 창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많은 난민들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때문에 이동한다고 우리에게 말하곤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요새’가 만들어지다
앤드류 로젠버그(Andrew Rosenberg)는 플로리다대(University of Florida) 정치학과 교수이며 “환영받지 못하는 이민자들: 인종차별이 국제 인구이동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라는 책을 썼다. 그는 서방국가의 대응 방식이 이른바 “기후 요새” (climate fortress)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젠버그 교수는 서방 국가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있었으며, 최근 늘어나는 난민 때문에 서방에 반이민 정서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꾼”(enterprising politicians)은 이러한 분노와 정서에 편승해 국경지대 경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퓰리즘을 퍼뜨리면서 권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최근 북반구 지역에 퍼져있는 편견, 불평등, 분노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서방 국가 정치인들은 이러한 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타워 소장은 서방 국가 상당수가 국경 경비를 강화하면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예산의 두배 가까운 액수를 국경 경비에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정도 액수의 예산이 개발도상국가에 투자된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타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기후변화가 바로 국경 안전”이라고 요약했다.
기후변화는 가난한 국가에 더 많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현재 전세계 1억여명의 난민 가운데 80%가 저개발 국가 출신으로 추정된다.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의 큰 영향을 받고 있어 이에 따른 소요 비용은 전세계 경제에 6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저소득 국가일수록 지구온난화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회복을 위한 투자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글로발 저스티스 프로그램(Global Justice program)의 정책연구원인 후세인 아야지(Hossein Ayazi)는 이러한 두가지 힘이 엮여 벌어지는 역학관계를 “폴리크라이시스” (polycrisis)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상황은 몇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중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앞으로 남반구가 기후 위기로부터 회복할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아야지 연구원은 올해 초 동료들과 함께 아프리카의 환경, 농업단체를 대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수 있을지에 대한 설문조사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많은 단체는 해결방안으로 안정적인 식료품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자원소비-화석연료 포함-에 의존한 회복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화석연료 의존 경제는 지역 환경 경제와 전지구적 환경을 댓가로 부자 나라에만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아야지 연구원은 “이러한 설문 결과는 난민 문제 해결의 선결 조건을 바꾸는 것:이라며 “부자 국가는 이제 기후 위기 문제 대처와 함께 기후로 인한 난민에 문제도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