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December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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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를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개리맨더링

연방대법원, 앨라배마와 루이지애나 사건 심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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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레온하트(David Leonhardt)는 개리맨더링(gerrymandering)이 미국 민주주의에 있어 그다지 커다란 위협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부 9개주에서 새로운 짐 크로우(Jim Crow)와 1당 정치에 맞서 싸우고 있는 시민운동가들은 그런 주장에 참성하지 않는다.

에반 밀리건은 유색인종 젊은 유권자들을 위한 30개 이상 단체의 연합인 앨라배마 포워드(Alabama Forward)의 사무총장이다. 그는 지난 10월 4일 연방대법원에서 구두변론이 열린 메릴 대 밀리건(Merrill v. Milligan)의 원고이다.

앨라배마주에서 흑인은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인구는 단 한개의 연방하원의원 선거구에 몰려있는 반면, 나머지 6개 선거구는 백인 집단 거주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밀리건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이것이지만, 그밖에도 이유는 많다.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태로 선거구가 그려진 상황에서 예비선거가 치러지면, 본선거 투표용지에는 가장 극단적인 후보들만 남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벼랑끝에 몰리는 상황이고, 그래서 지금 이 방향으로 정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밀리건은 지난 9월 30일 기자회견에서 공정한 선거를 저해하는 위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 12개 남부 주에서 시민운동가들이 원고가 되어 새롭게 정해진 선거구 재조정안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핵심에는 개리맨더링이 있다.

앨라배마주에는 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의회가 획정한 선거구는 차별적이라고 결론내렸다. 이 재판부는 흑인들을 위주로 한 두번째 선거구를 만들 수 있도록 연방하원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의회는 이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밀리건에 따르면 시민운동가들은 “하나의 요구, 두개의 선택지” (one demand, two options)라는 구호를 사용하고 있다. 모든 미국민들의 투표권을 영구히 보장하려면 미국 헌법 28조를 채택하거나, 존루이스 투표권 법(John Lewis Voting Rights Act)을 통과시키라는 의미다.

밀리건은 “이것이 우리가 최소한으로 희망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중간선거를 향해 나아가다

앨라배마주는 그동안 주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다양한 수법을 사용해왔다. 유권자 등록 절차를 어렵게 만들거나, 투표장에 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앨라배마주에서는 아직도 최저임금인 시간당 7.25달러가 흔한 시급 수준이다. 반면 앨라배마주의 소득세는 연방 빈곤선(poverty level) 아래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미국 전체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앨라배마주에서는 식료품과 의약품에도 세금을 매긴다. 앨라배마주는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확대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앨라배마주 가정은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는데 허덕이고 있다고 밀리건은 지적했다.

시민운동가들이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지금 나가서 투표하자고 말할 때마다 주민들은 이렇게 답한다. “어떻게 투표할 시간을 내나요? 나는 교대로 근무하고 점심시간은 30분밖에 없는데요.”

플로리다주에서는 비영리단체 흑인 표가 중요하다(Black Voters Matter)와 커먼 코즈(Common Cause)가 불공정한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 흑인과 라티노 거주 지역이 절반으로 두동강이 났기 때문이다. 한 소송에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의 연방하원 제5 지역구는 폐지됐과, 이 선거구에 있던 흑인 거주지역은 4개로 쪼개져 각자 다른 지역구에 배정됐다. 그 결과 민주당 우세 지역구 3개가 없어졌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등하게 경쟁하던 두 지역구는 공화당 우세 지역구로 바뀌었다고 원고는 주장했다.

또다른 플로리다주 소송인 커먼 코즈 대 리(Common Cause v. Lee)에서 원고는 새로운 선거구 획정 결과 흑인이 인구가 우세한 지역구가 4개에서 2개로 줄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비영리단체 데모(Demos)의 법률 전략국장인 키라 로메디로-크래프트(Kira Romero-Craft)는 “이 소송은 현재 주 법원과 연방법원 차원에서 계속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시민운동단체는 반 투표법인 SB 9에 대한 소송에서 승리했다. 이 법은 2020년 유례없는 규모로 투표에 나선 소수민족 유권자들이 2022년 선거에는 참여할수 없도록 방해하려는 내용이었다.

SB 90은 우편투표함을 불법화하고, 투표장에서 대기중인 사람들에게 물과 음식을 권하면 경범죄로 처벌할수 있도록 규정했다. 시민단체는 이 법에 대해 2021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1년간의 소송 끝에 플로리다 북부 연방법원은 최근 288쪽의 판결문을 통해 원고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로메로-크래프트는 “플로리다주에서는 주지사와 주의원들이 활동가이다. 이들은 의회나 정치 체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찾아가 보복한다”고 지적했다.

투표소를 폐쇄하다

문제의 13개주는 당초 투표권 보장법(Voting Rights Act) 적용대상이었을 당시 2021년과 2018년에 1688개의 투표소를 폐쇄했다.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가 공정한 선거 결과 패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정부 선거 관계자는 투표소 숫자가 줄어들수록 선거의 중앙관리화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사람, 직장이 있는 사람, 운전할수 없는 사람은 투표하기가 어렵게 됐다. 시민운동가들은 정부 선거관계자가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원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지아주 링컨 카운티(Lincoln County, Georgia)에서는 올해초 투표소를 1개소만 남겨두고 모조리 폐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 지역 주민 가운데 자동차를 가진 사람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다시말해 자동차가 없는 유권자들은 투표소까지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대기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의미다.

위싱턴의 비영리단체 전국장애인권리 네트워크(National Disability Rights Network) 운동가 마이클 비숍(Michele Bishop)은 “최근 미국 장애인보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을 핑계로 별 이유없이 투표소를 폐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조지아주 랜돌프 카운티에서는 선관위가 투표소의 80%를 폐쇄하는 일도 있었다고 비숍은 밝혔다. ADA법에 따라 장애인이 접근할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핑계였다.

랜돌프 카운티는 ADA를 준수하면서도 장애인을 위한 편의를 제공할수도 있었고, 투표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카운티는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비숍은 “장애를 가진 유권자나 다른 유권자들에게 있어 투표소 폐쇄는 말이 안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문제는 투표소 위원들이 시각장애인이나 걸을수 없는 장애인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합법적 권리를 행사하는데도 말이다. 장애인 유권자 가운데 6% -약 400-500만명- 이 투표할 때마다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을 겪고 있다고 비숍은 말했다.

브래던 센터(Brennan Center)는 미국 모든 주의 반 유권자법(anti-voter legislation)을 조사하고 추적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유권자 투표를 제한하는 법안 3개가 제안되면 그중 하나는 2021년 통과되었으며, 특히 선거 부정론자들이 이런 법안을 많이 제출한다.

브레넌 민주주의 프로그램(Brennan’s Democracy Program) 국장인 션 모랄레스-도일(Sean Morales-Doyle)은 “선거 부정론자들이 공직에 출마하거나 선관위원으로 출마한다. 선거 부정론자들이 투표소 관리직으로 일하거나 투표소 감시자로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법을 무시하는 투표소 관리직들이 선거를 방해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브래넌 센터는 선거 안내문을 만들었다. 그는 “모든 주에서는 이 안내문을 비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선거 부정론, 인종차별, 투표 억압-이 모든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전역에 뿌려놓은 전체주의적 움직임의 상징이며, 모두의 미래를 방해하는 행위이다.

정치평론가 네이트 콘(Nate Cohn)이 운영하는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의 예측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022년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최소 5석의 하원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의 예측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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