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반대 운동가들: 총기소지와 가정폭력의 결합은 ‘치명적’일 수 있다

by | Sep 24, 2021 | Korean Translations

미국내 450만명의 여성이 배우자에게 총기로 위협받고 있다. 가정폭력 과정에서 100만명이 총에 맞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서 최소 600여명의 여성이 총에 맞아 사망하고 있다.

제니 만리크

폴레타 페레즈(Pauletta Perez)는 한때 머리에 총을 6발 맞고 피를 흘리며 이웃에 도움을 청하러 간 적이 있다. 그는 지금도 가장 믿었던 남자가 왜 자기를 죽이려 했는지 가끔씩 궁금해진다.

페레즈는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많은 물리적, 정신적, 경제적 학대를 당하면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됐다. 이 같은 가정폭력은 2010년 1월 남편이 자살하면서 일단 끝났다. 그러나 그는 이 사건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며, 결국 총기소지 반대 운동가로 활동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비영리단체 폭력에 반대하는 목소리(Voices Against Violence)의 이사를 맡고 있는 페레즈는 최근 에스닉미디어서비스(EMS) 주최 기자회견에서 “집안에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절대로 허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총기 폭력사건 증가는 상당부분 총기판매 및 구입 증가로 인한 것이다. 특히 가정폭력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페레즈가 남편의 총기 소지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경찰이 남편의 차량 단속 과정에서 자동차에서 총기를 발견한 것이었다. 경찰은 처음에 이 리볼버 권총을 압수했으나, 남편은 나중에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이 총기를 소지하기로 했다. 페레즈의 아버지가 심장마비를 겪으면서 남편에게 총기를 경찰에 반납하라고 한 부탁을 어긴 것이다. 페레즈는 “남편이 내 아버지의 총으로 나를 쐈다”고 말했다.

페레즈는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간 후 7년 동안 머리에 박힌 총알 파편을 제거하려 몇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총격으로 페레즈는 오른쪽 청력을 잃었으며, 최근에야 언어능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는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총알 파편이 박혀있어 고통과 죽음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3-6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페레즈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캘리포니아 주법원에 도움을 요청했고, 마침내 가정폭력 남편에게 총기소지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페레즈는 “여성들은 자기 집에 무슨 총기가 있는지, 그리고 그 총기가 합법적으로 등록된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누군가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말하거나, 당신을 해치겠다고 말하면 조심하고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퍼즈 법률센터(Giffords Law Center)에 따르면 미국내 450만명의 여성이 남편에게 총기로 협박을 당하고 있다. 또 여성 100만명이 가정폭력 과정에서 총에 맞고 있으며, 최소 600여명은 이 같은 상황에서 총상으로 인해 사망한다.

총기폭력 기록보관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총기 판매와 가정폭력은 20% 증가했다. 또 2020년 한해동안 가정폭력으로 인한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은 2000여명 이상이다. 이는 2019년에 비해 4%가 증가한 숫자다.

기퍼즈 법률센터의 커뮤니티 폭력 연구부 매니저인 티파니 가너(Tiffany Garner)는 “가정폭력은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가깝게 지내는 파트너 사이에서 발생한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는 모든 인종, 출신국가, 교육수준, 경제적 수준에 상관없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깝게 지내는 파트너가 손쉽게 총기까지 소지하게 되면 대단히 위험하다”며 “두가지 문제는 공공보건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세 이상 미국 여성은 전 세계에서 총기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다른 나라 여성에 비해 21배나 높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있으나, 배우자에게 살해당하는 피해자의 70%는 여성이다.

헛점과 구멍

가정폭력을 법정에 가져가더라도, 가정폭력범이 기소를 피할 수 있는 헛점과 구멍은 여전히 많다. 대다수의 가정폭력은 민사소송으로 처리되지만 법정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지 않거나, 가정폭력범이 경찰 신고와 법적 조치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쓰기 때문이다. 특히 유색인종 커뮤니티에서는 배우자가 되도록이면 가정폭력범을 형사로 기소하려 하지 않는다. 배우자가 유죄판결을 받아 교정시설에 가게 되면 그곳에서 인종차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피해자는 법정에 가서 가정폭력범에게 즉각적 상해를 입을 수 있음을 최소한 증명해야 한다”며 “사진이나 비디오가 있으면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정신적 충격이나 학대는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범은 각 주의 법에 따라 단순 폭력에서 가중폭력까지 다양한 범위의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 그러나 법률지원부(Bureau of Justice Assistance)에 따르면 가정폭력 사건의 90-95%는 형량협상으로 끝난다.

연방법 차원에서는 경범죄 또는 가정폭력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총기구입 및 소지에 제약을 받는다. 전국 범죄경력조회 시스템(National Instant Criminal Background Check System)은 지금까지 총기구입이 금지된 사람이 신청한 신원조회 200만건을 적발했다.

기퍼즈 법률센터의 사무총장인 로레 커틸레타(Laura Cutilletta)는 “안타깝게도 범죄경력 조회는 허가받은 총기상에서 총기를 구입할 때만 실시된다”며 “총기 전시장이나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개인간 총기거래는 범죄경력 조회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현재 연방의회에 전국 범죄경력조회법안(Universal Background Check bill, HR8)이 제출됐으나 연방상원에서 여전히 계류중이다. 전국총기연합(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과 총기 애호가들이 이 법안 저지를 위해 강력하게 로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다른 법적인 헛점은 남자친구 헛점(boyfriend loophole)이라고 불린다”며 “연방법은 오로지 가정폭력 피해자의 전현직 배우자, 부모, 보호자에게만 적용되며, 데이트하는 파트너나 전직 데이트 파트너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자녀가 크면 가정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매년 최대 1000만여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부모나 보호자들의 가정폭력을 지켜보며 자란다. 이들 어린이들은 감정적, 정신적, 사회적 충격을 받으며, 그 결과 발달장애를 겪고 가정폭력범이 될 수 있다.

브래디 총기폭력 종식 연합(Brady: United to End Gun Violence)의 지원운동전국국장 시카 해밀턴 (Shikha Hamilton)은 총기난사 사건의 54%는 남성 위주의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 가정폭력 때문에 발생한다고 밝혔다. 2014년 캘리포니아주 이슬라 비스타(Isla Vista)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에서 총격범 엘리엇 로저(Elliot Rodger)는 자신을 거부하는 여자를 처벌하겠다며 6명을 살해하고 13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해밀턴 국장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현재 가정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의 안전을 보장하고 총기 폭력을 방지하는 다양한 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의 총기범죄 관련 접근금지명령이 내려지면 법원은 경찰 및 친척에게 본인 또는 남에게 상처를 입힐 위험성이 있는 자의 총기와 총알을 임시적으로 압수할 수 있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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